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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이흔 기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기는 사기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보험금을 노리는 사기 수법이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양보해 주는 척하면서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는가 하면 서행하는 차량에 일부러 손을 내밀어 부딪치는 이른바 ‘손목치기’ 등 보험금을 노린 수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또 지인들과 짜고 계획적으로 사고를 내는 등 시간이 갈수록 수법도 점차 다양화·조직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직폭력배는 물론 일반인과 10대 청소년까지 보험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고, 경기침체에 따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기로 발생한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조폭부터 일반인까지 보험사기 가담

최근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 보험사기에 조직폭력배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고의로 내고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거나 의료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등 이른바 ‘생계형 보험사기’도 적지 않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조직폭력배 등 3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월10일 차선을 변경하거나 역주행하는 차량을 상대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거액보험금 챙긴 조직폭력배 백모(22)씨 등 31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백씨 등은 지난 2012년 3월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도로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차선 변경하려던 화물차를 들이받는 등 지난 2010년부터 3년 동안 총 11차례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6000여 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차선 변경과 역주행을 시도하는 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가족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경우도 적발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 5월28일 한 돌밖에 안 된 아들이나 임신한 아내를 차에 태우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김모(29)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아내 이모(31)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4월2일 오전 7시50분께 부산광역시 사하구의 한 교차로에서 일부러 급정거를 해 뒤따라오던 차량의 추돌사고를 낸 뒤,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460만원을 받는 등 지난 3년간 비슷한 수법으로 총 13차례에 걸쳐 53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상습적으로 가벼운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 직원에게 “임신한 아내와 돌쟁이가 사고를 당했다”고 협박하거나 폭행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 피해는 일반 가입자 몫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1년 4237억원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험 종류별로 보면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대비 3.1% 증가한 반면 보장성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은 각각 25.2%, 40.1%나 급증했다.

직업별로는 ▲무직 및 일용직(21.0%) ▲회사원(13.7%) ▲자영업(7.6%) ▲운수업 종사자(4.6%) 순으로 조사됐다. 또 나이별로는 40대가 2만230명(2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1만8752명(24.3%), 30대가 1만8655명(24.2%)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의 경우 고의성 여부를 가려내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또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보니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기 범죄의 경우 보험료를 상승시키는데 있다. 보험료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일반 가입자들의 몫이 된다.

금감원은 6월25일부터 31개 보험사에 대해 보험사기 방지업무 전반에 대한 현장·서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방지하려는 노력으로 보험금 누수를 억제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경감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보험사기 방지업무를 지속적 개선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기 누수액 연간 3조4000억

보험사기는 점점 조직화·지능화 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까지 보험사기에 가입하면서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기의 경우 보험료를 상승시켜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 피해를 준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연간 누수액이 3조4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력 부족 등으로 소액의 보험료는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는데 있다. 또 사고 발생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기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보험사별로 자체 보험사기 조사 전담 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보험사기 범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범죄가 조직화·지능화되면서 이를 입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정부차원의 보험사기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내 4개 경찰서에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해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보험사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험사기의 경우 형법상 일반 사기죄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는데 초범일 경우 대부분 기소유예로 그치거나 처벌이 경미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보험사기의 경우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 보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개정된 법률에는 보험사기의 유형과 범죄행태 등을 세세하게 분류해 놓고, 단순 사기죄보다 높은 처벌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이나 보험사들에게 한정된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