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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주가영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보험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단순히 자기부담금 인상으로 치솟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서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기부담금 아닌 보험료 인상해야

18일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규정개정, 판매 준비기간을 고려해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을 때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진료비의 10%에서 20%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번 대책은 2009년 도입된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110%에 달하면서 보험사들이 내년 상품가격을 높일 움직임을 보이자, 뒤늦게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은 단순히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것 밖에 안된다”며 “110, 120%에 달하는 손해율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해율 악화의 원인은 자기부담금이 낮아서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율을 개선하려면 근본적으로 적정수준의 보험료가 책정 돼야 한다”며 “내년부터 실손보험료가 인상되긴 하는데 이 때문에 당국이 급격하게 보험료 인상을 막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반영되는 실손보험의 참조위험률은 8.8%로 각 보험사들은 경험위험률을 고려해 인상률을 조율하게 된다.

◇비급여, 적정성 확인만 하면 뭐해...

내년부터 보험회사가 비급여 의료비 적정성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보험회사가 보험금 청구시 제출되는 의료비 영수증 등을 통해 비급여 의료비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진료가 손해율 악화원인은 맞지만 비급여 항목은 병원 등급에 따라 다른데 적정성만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MRI 등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금를 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소비자 민원이나 병원 간 소송만 증가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비 청구내용 확인뿐만 아니라 환급규정이나 부당이득반환 청구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보험소비자 입장에선 진료비를 다 내고 치료가 끝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이건 줄 수 없다 얘기하면 민원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 측이 과잉진료를 못하도록 방지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안은 너무 애매하다”며 “보다 명확한 개선안을 제시해 줘야지 개선시키겠다고만 하고 무조건 보험료 인상을 막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절판마케팅 우려 안 해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20% 설정으로 이를 이용한 절판마케팅을 우려했지만 보험업계는 오히려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고 보험사나 설계사 입장에서도 수익, 수수료 등 적극적으로 팔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운영에 대한 법률 근거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나 시행세칙 등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다면 실질적으로 자기부담금 인상보다 훨씬 손해율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손해율 문제가 해결되면 보험료 인상 요인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