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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매각에 이어 단기 차입금을 늘리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퇴직연금 만기 도래와 장기 자금 확보 어려움 등 보험급 지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시장 경색에…'마이너스 통장' 뚫는 보험사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1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했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9.98%에 해당한다.
신한라이프도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차입 한도를 기존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1조2700억원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신한라이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당좌차월을 받거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1조4000억원 한도 내에서 단기차입을 실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처음 개시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은 최근 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늘렸고, 푸본현대생명도 해당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단기자금은 만기 1년 이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일종의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개념이다.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는 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뚫는 것과 같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금 시장이 좋지 않고, 퇴직연금 물량이 몰리는 시즌이기 때문에 유동성 때문에 단기 차입금 한도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차입한 것은 아니고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가 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생보사들이 급전이 필요한 일은 흔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10년 전인 2012년 가입이 급증했던 10년 만기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조원 가량의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 기준 금리 상승 기조에 따라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을 이탈해 은행 예·적금 등의 수신상품으로 갈아타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월별 보험금 지급률은 117%까지 높아졌다. 이 비율은 지난 1월, 6월, 7월에도 100%를 넘기면서,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예금금리(연 5%대)보다 높은 6%대 저축성보험 출시를 고려했으나 금융당국의 금리경쟁 자제 촉구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