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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방영석기자] 생명보험협회 '자문의(醫) 풀(POOL)' 제도가 올해 처음 도입되지만 협약을 체결한 기관이 예상보다 크게 줄면서 전문성과 수요 처리 역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생보협회의 일처리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문의 풀' 제도는 의료관련단체와 협약을 체결해 자문의사들로 풀(POOL)을 구성한 뒤 의료와 관련된 보험분쟁이 발생할 경우 생보사의 문의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 분쟁해결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자문의 풀' 전문성도 숫자도 부족

7일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한직업환경 의학회(구 대한산업의학회, 이하 대한의학회)와 '자문의 풀' 제도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11월 조인식을 가진 뒤 올 1월 상호협력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생보사들은 필요할 경우 대한의학회 소속 의사들의 자문을 요청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문의 풀'에 참여하는 의료 관련 단체가 예상보다 부족해 제도 시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생보협회는 병리의학회 및 외과의학회, 암의학회 등을 포함한 다수의 주요전문학회들과의 업무 협약을 계획했으나 대한의학회만 참여하면서 자문 가능한 전문 의료 분야가 부족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꾸준히 업무협약을 진행해 왔지만 업무내용이나 경비부담 등의 항목에서 참여 예정 대상기관들의 사정으로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현재까지는 대한의학회 한곳이 업무체결이 완료된 기관이고 다른 기관과 업무체결협약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문의 풀'이 업계가 요구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생보협회는 제도를 준비하며 생보업계의 자문 수요가 자체적인 의료심사평가위원회를 먼저 운영해온 손보협회보다 클 것으로 예측했으나 업무협약을 통해 대한의학회 소속 의사들만 확보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렇듯 난항을 겪는 생보협회 '자문의 풀' 설치는 1986년부터 의료심사자문위를 설치해 운영해온 손보협회와 비교된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비롯한 23개 과목에 1명의 상근위원장과 70여명 전문의가 비상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보업계는 매년 2200여건의 분쟁을 심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료심사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생보업계 일각에서는 "생보협회가 손보협회에 비해 의료심사자문위 선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등 협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업계 "일단 지켜보겠지만..."

이에따라 생보업계는 '자문의 풀' 제도시행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보험사는 차분하게 제도 정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효과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운영 실태 데이터가 부족해 우선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각 생보사가 자체적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의사들에게 자문을 문의해왔던 만큼 당장 대한의학회 단독으로 구성된 '자문의 풀' 수요가 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사실상 당장 큰 관심을 둘 만큼 민감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제도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관련 수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자문의 풀 제도의 변화나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2년 보험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생보협회에 의료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려했다. 생명보험사와 계약자간에 질병 확인 등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면 제3의 병원이나 자문의사를 선정해 판단을 맡겨왔으나 일부 자문의사 위주로 선정이 쏠리는 등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심사자문위원회 설치를 위해 진행했던 업무체결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각 전문의학회와 의견충돌이 생기며 개선안은 시행되지 못했다. 2013년 생보협회는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상과정에서 업무 내용, 비용 부담 등 세부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잠정 중단했으며 지금까지 재협상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