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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장롱 속으로



[보험매일=송현섭 기자] 정부가 지난 3월 보험사 지급계좌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4개월여가 넘도록 업계와 논의는 커녕 추진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6일 보험권에 따르면 업계는 정부가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할 경우 보험료 수납업무를 은행에 의존해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급결제망 가입비 등 문제로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정부계획이 발표된 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당초 생보업계의 요청에 따른 정책도 아니라 장기과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업계 “인프라 투자비 만만치 않아”
그는 이어 “은행 등에 지급해온 결제수수료에 비해 초기 인프라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금융결제원 가입비용도 만만치 않아 일단 추진이 미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손보협회 관계자 역시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문제는 당국이든 업계든 현재까지 별다른 논의가 진행된 바 없고 진척이 이뤄지지 못해 현재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2008년에도 정부가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하자는 정책을 내놨다가 철회하면서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 됐다가 올 들어 3월 정부 경제정책에 포함돼 주목받았다.

사실 총 43개 보험사가 은행들에게 지급하는 자금이체 수수료 부담은 매년 1,6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계 전체는 자금이체 수수료로 지난해 은행권에 1,695억원을 지급했고 2013년에도 1,616억원의 수수료를 낸 것으로 집계될 정도다. 일단 보험사는 결제계좌가 허용되면 자금이체 수수료 부담이 해소되고, 고객은 보험계좌에서 보험료를 이체하고 이를 통해 보험금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고객은 보험사 결제계좌에서 다른 금융계좌로 이체하거나 각종 공과금 결제는 물론 ATM기를 활용, 현금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보험소비자의 편익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 당국 “업계가 안하고 있을 뿐”
그러나 보험업계는 지급결제망 가입에 들어가는 비용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고 금융위 역시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이지 않아 사실상 결제계좌 허용은 이번에도 무산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상 (지급결제망 가입에 대한)가격문제”라면서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이 구축한 지급결제망 가입을 위한 비용부담으로 지급결제업무 허용문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프라 투자와 가입비용 등) 가격이 낮다면 보험사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가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며 “(보험업계가) 안 해서 그런 것이지 (금융당국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법적인 하자는 없다면서 보험업계가 투자대비 이득이 안 된다는 점에서 지급결제업무 취급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0년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에 가입한 사례를 들어, 기존 결제업무를 영위하는 업계가 보험사들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가격문제만 해결되면 허용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주무부처가 업계와 협의나 중재 및 조율 등도 소홀히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내놨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