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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은 신계약을 발생시켜 기존 계약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수지상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저출산으로 신계약은 줄어들고 위험률이 높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보험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유병‧고령자 시장의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보험업계는 병력을 가진 소비자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기 위해 인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이전의 보험사 인수기준으로는 청약이 불가능했던 소비자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보험료 수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쉽고 빠르게' 가상 언더라이팅 도입
보험사들은 최근 유병력자의 가입 승인 문턱을 잇따라 낮춰 계약을 인수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박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가동했다.
현대해상의 가상 언더라이팅은 자사에 가입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고혈압, 대장용종, 갑상선 질환 등 기왕력별 인수 여부에 따른 담보별 예상 손해율을 산출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시스템을 가동하는 건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류해 놓은 질환에 대해 안정성이 검증됐다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더 많은 유병자를 받겠다는 의도다.
당초 질환을 앓았던 사람의 경우 다른 합병증에 발생할 수 있고 기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병자는 인수가 거절됐지만, 가상으로 한 번 인수 가능 여부를 진단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 가능토록 했다.
현대해상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202개 경증질한 부분에 신규 424개를 더해 626개 질환에 대해 인수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가상 언더라이팅으로 유병자의 가입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관련 매출 증진에도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흥국생명이 처음으로 가상 언더라이팅을 통해 간편 심사보험 인수기준을 확대하기도 했다.
흥국생명도 가상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100여개에서 600개 이상까지 질환에 대해 인수 가능토록 했다.
과거 병력이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험사들의 이 같은 방향성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이전까지는 보험을 가입하고 싶어도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새로운 위험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간편가입 보험도 앞다퉈 출시
보험사들은 유병자가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쏟아내면서 병력이 있는 소비자 모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5일 ‘355 WELL 100 실속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전에 출시한 간편 건강보험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20% 저렴하다는 게 특징이다.
일명 ‘3·5·5 상품’으로 불리는 간편 건강보험은 3개월 이내 입원 및 수술, 추가검사 필요 소견과, 2~5년 이내 입원 또는 수술, 5년 이내 중요 질병에 걸리지 않은 경우 가입 가능한 상품을 말한다.
이 같은 상품은 삼성화재가 가장 먼저 선보였고, 지난 7월에는 DB손해보험이 요건이 다른 315·325·335·345·355 등의 형태별 플랜을 묶어 판매하기도 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난달부터 간편 건강보험 3종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판매하고 있다. 최저 가입연령은 낮추고, 보험기간은 선택의 폭을 넓혔으며 신규 담보도 탑재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가운데, 유병자 시장의 확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들도 이런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유병자에 대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언더라이팅 기준도 완화해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