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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왜 병원 참여율은 낮을까?

지난해 10월 시작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시행 7개월을 맞이했지만, 정작 병원의 참여율은 여전히 25%에 불과합니다.

이 제도는 소비자들이 병원 진료를 받고 바로 보험 청구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서비스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손 청구 간소화란 무엇인가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에서 진료 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계해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소비자는 따로 진료비 영수증이나 진단서를 챙기지 않아도 스마트폰 앱이나 포털에서 간편하게 청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시스템은 보험금 청구 과정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고령자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병원 참여율 왜 이렇게 낮을까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 보험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전체 참여 대상 병원급 의료기관 4,238곳 중 실제 참여 병원은 1,038곳으로, 병원 참여율은 약 24.5%에 그칩니다. 반면 보건소는 3,564곳 중 대부분이 참여하면서 전체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47곳 모두가 참여했지만, 종합병원은 약 74%, 일반 병원은 39%, 요양병원 6.2%, 치과 11.8%, 한방병원 10% 수준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참여율이 낮은 데에는 몇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입장 차이

보험업계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위해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고, 이후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도 부담할 예정입니다.

A보험사, B보험사 등 민간 보험사들은 전산화를 통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현실적인 추가 행정비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실손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인력 운영, 시스템 연동, 유지보수 비용 등이 수반되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일부 병원은 보험 청구 전용 핀테크 업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때 보험사가 청구 건당 약 1,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합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런 수수료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합니다. 전산화 시스템은 소비자가 직접 앱을 통해 청구하기 때문에 병원 측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제도 참여에 강제성 부재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제도 참여가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불참하더라도 병원에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는 점입니다. 병원과 보건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대상이지만, 법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의료계와 보험계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안 논의 당시에도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참여를 강제하는 방안, 예를 들어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수단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확장은 가능할까?

올해 10월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까지 서비스 범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낮은 상태에서는 서비스 확대에 따른 실효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개발원은 현재 병원 및 EMR 업체와의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약국 참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2025년 5월 기준 의원 85개소, 약국 1,053개소가 실손24 시스템에 연계되었으며, 누적 가입자는 약 133만 명, 누적 청구건수는 28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소비자 효용은 아직 미미

결국 실손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해관계자 간 갈등과 낮은 병원 참여율로 인해 아직 그 효용을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 분담에 대한 합리적인 조율과 함께 일정 수준의 강제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려면 단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조적인 설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보험청구는 소비자 권리의 일부입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