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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

2013년, 보험업계에 사모펀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많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일었습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해 성공적인 매각까지 이뤄내며 ‘사모펀드도 보험사를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사모펀드들이 시도한 보험사 인수는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고, 지금은 그 입지마저 좁아진 상황입니다. 오늘은 보험사 인수에 나섰던 주요 사모펀드들의 전략과 성과를 되짚어보면서, 이들이 남긴 교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유일한 성공 사례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1조8,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보험업계에 처음으로 ‘조 단위 M&A’를 성사시킨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후 ING생명은 2015년 업계 최초로 무해지환급형 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고, 2018년에는 신한금융지주에 2조2,989억 원에 매각됐습니다. 배당수익까지 포함하면 약 1조7,000억 원의 순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이 성공 사례는 사모펀드들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후 JC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 같은 국내 주요 사모펀드들도 보험사 인수에 뛰어들게 됩니다.
 

JC파트너스, ‘보험 포트폴리오 전략’ 무산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을 2020년에 인수하고, 이어 2022년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굿리치를 인수하며 생명보험사인 KDB생명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려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즉, 손보사+생보사+GA의 통합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궁극적으로 일괄 매각을 노리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현실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MG손보는 건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되었고, KDB생명 인수는 무산되면서, 현재 남아 있는 자산은 굿리치뿐입니다.

특히 MG손보는 2018년부터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 아래로 떨어지면서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간신히 버텼지만, 2021년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JKL파트너스의 롯데손해보험, 위기 국면 진입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해보험 지분 53.49%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이후 메리츠화재의 경영 방식을 참고해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고, 일부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롯데손보 역시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추진이 금감원의 제동으로 중단된 사건입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RBC비율이 권고치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GA 조직에서는 롯데손보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모펀드와 보험, 구조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

보험업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운영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입니다.

수익률보다 보장 지속성과 자본 건전성이 핵심인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려는 사모펀드의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어긋납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의 보험업 진출에 대해 점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황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한 이후 자본 투입과 경영 혁신보다는 단기 성과 위주로 움직이면서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결론: 보험업 인수는 ‘수익’보다 ‘책임’이 먼저입니다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경영 파트너로서의 책임과 비전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ING생명 사례처럼 단기 이익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잡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청산 혹은 규제 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보험은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약속이 기반이 되는 산업입니다. 이를 단기 수익의 수단으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소비자 신뢰는 물론 보험업 전반의 건전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책임 있는 인수, 그리고 고객 중심의 경영이 먼저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