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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이흔 기자] 종합금융사로 패자 부활을 노리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 보유지분의 90% 이상을 금융권 담보로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동부화재의 주가가 내려가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김 회장과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장녀 김주원씨 등 김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가운데 90.08%를 금융권에 돈을 빌리기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주식은 1천839만9천660주로 전체의 26.0%다. 이 중에서 1천657만5천163주가 은행과 증권사 등에 담보로 묶여 있는 것이다.

개인별로는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주식 995만1천520주의 99.99%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 김주원씨의 보유 동부화재 주식 287만9천640주의 99.95%도 금융권의 담보로 제공됐다.

그나마 김준기 회장은 보유한 동부화재 주식 556만8천500주 중에 67.28%만 담보로 묶여 담보비율이 가장 낮다.

이들 주식의 담보 설정이 동부화재 주가가 5만원대 수준이던 작년에 이뤄진 만큼 실제 대출규모는 주당 4만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부화재의 주가는 작년 8월 말을 정점으로 최근까지 하락세를 보이며 5만원선을 위협받아 추가 하락 시 김 회장 일가 보유 지분의 담보력이 떨어질 수 있다.

동부화재 주가는 작년 8월 27일 6만3천300원에서 전날 5만2천100원으로 2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금융기관이 보유 담보 주식을 내다 파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담보인 동부화재 주식을 내다 팔면 최악의 경우 김 회장 일가는 경영권 상실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는 담보로 잡힌 주식이 많아 (무모한 그룹 지원 등) 동부화재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그룹 계열사 중 동부화재 외에 다른 계열사의 가치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대부분도 금융권의 담보로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도 대다수 금융권에 담보로 묶여 있다.

동부증권의 김 회장 일가 보유 주식(518만7천947주) 중 89.41%가 담보로 제공됐고, 동부제철 보유주식(801만1천577주) 중 44.19%도 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담보비율은 동부건설 85.55%, 동부하이텍 59.79%, 동부CNI 29.30% 등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3천221억원)과 김남호 부장(5천516억원), 김주원씨(1천568억원) 등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동부그룹 상장계열사 지분 1조300억원어치의 상당부분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뿐 아니라 특수관계인에 포함된 다른 계열사까지 고려할 때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아직 큰 문제는 없으나, 담보 지분 등으로 경영권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