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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매일=주가영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안이 제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모범규준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사외이사 감시·평가 강화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입법예고하고, 업계 의견 수렴 후 내달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에 대한 감시와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위는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금융사에 권고했다.

또 주주총회 1개월 전 사외이사의 선임사유, 활동내역, 보수, 평가 결과 등을 연차보고서로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사외이사들의 세부적인 약력과 이전 기업에서의 활동 내역도 세세히 공개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관치금융’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상법상 인정된 인사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외이사 핵심자격요건을 금융·재무·회계 등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로 한정해 인력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외이사들의 거취까지 결정지으려 하는 것은 엄연히 관치금융”이라며 “감동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착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

이미 금융위는 2012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입법발의한 상황이며, 정치권에서도 김기식, 김기준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정부부처가 모범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때는 관련된 법안이 제정되거나, 법안에서 다루지 못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금융위위원회가 2012년 제출한 법안의 내용과 그 차이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노조는 법안에 제정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모법규준을 발표한 까닭이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모범규준 추진배경이 KB금융지주에 대한 압박이라는 것.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연기하면서까지 KB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했지만 효과가 없자 이제 대놓고 칼자루를 휘두르기 위해 급히 모범규준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밀던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KB금융 회장 경쟁에서 낙마하면서 괘씸죄가 더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최근 관피아와 모피아의 낙하한 인사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금융위는 자신들의 사람을 내려 보내려 했으나 그것을 거부한 금융기관에 대해 사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취지와 달리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금융위는 지금 자행하고 있는 일탈적인 모든 행동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며 “헌법질서를 무시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즉각 철회하고, LIG손보 인수 승인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해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금융위의 설립취지에 맞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무시한다면 우리노조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대한 직무유기 및 법질서 훼손을 근거로 한 고소고발과 함께 금융위원회 해체를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